[마루 밑 아리에티]부담스러운 강한 의미 부여 영화감상?

 
 개인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좀 어느정도 봤다고 생각하는 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것도 옛날 일이지만 아무튼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직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굳이 돈내면서까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나 하는 생각때문에 극장에서는 애니메이션 보기를 많이 꺼려했었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재밌게 또 아깝지 않게 보는 것이 있다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내가 처음 지브리의 정확히 말하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접한 것은 중3때로 그때는 인터넷도 ADSL이 대부분이어서 다운받을려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틀어두던 시절. 삼촌이 선물이라고 모노노케 히메 vcd 버전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뭔지 모르지만 고맙다고 받았고, 그 때 본 모노노케 히메는 나에겐 문화충격이었다. 그 후, 감독 이름을 잘 외우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는 오래도록 강렬하게 남게 되었다.

 이번 마루 및 아리에티도 같은 맥락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보두 봤는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적 tv에서 해준 '바로우맨' 이라는 헐리웃 영화도 코믹한 가족영화로서 재밌게 봤던 기억도 있고,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한다고 하니까 상당히 기대감이 컸다. 헐리웃에서 만든 것과는 또 다르게 동화같고 아기자기한 바로우맨이라면 상당히 기대할 만 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 작품을 감상한 감상평부터 먼저 언급하자면, 지브리 스튜디오답게 화면과 음악은 여전히 훌륭했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너무 강한 의미 부여로 인해서 작품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평하겠다.

 
(사실 이런 포토만으로도 화면이 아름답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알다시피 이번 마루 및 아리에티는 바로우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이것을 보러 간 분들은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우선 필자가 기대한 것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동화같은 분위기와 아름다운 BGM을 기대하였다. 동화같고 유치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경우 아직도 음악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고 지금도 종종 다른 사람들 핸드폰에서도 컬러링으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좋은 음악이다. 이번 작품에서 지브리는 또 어떤 동화같은 이야기를 선물할 것인가?

 하지만 이번 '마루 및 아리에티' 라는 작품에서는 생각외로 그런 장면이 나오질 않았다. 영상과 BGM은 그대로였지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이 조금 어설프다고나 할까. 정확히 말하면 너무 강한 의미 부여로 인해 방향성을 못잡았다라고 하고 싶다. 동화같으면 동화같은 형식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미던지, 아니면 교훈이나 의미부여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쪽을 좀 더 비중을 둬서 이야기 전체를 다이나믹하게 만들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중간중간 의미 부여는 해 놨지만 사건 자체는 밋밋했다고 생각한다. 

 필자만 이렇게 밋밋하다고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과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모노노케 히메' 나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를 본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노노케 히메'에서 자연으로 대표되는 캐릭터 '산' 과 인간 개발의 욕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에보시', 그리고 그들이 중간에서 화합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아시타카' 의 이야기가 매우 다이나믹하게 그려져 있는 반면, 이번 작품에서의 사건이라고 하면 결국 '아리에티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꾸민 것인 만큼 스케일이 작고 평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아리에티 가족을 잡아가는 아주머니)


 물론,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서 민족의 아픔을 보는 '수난이대' 같은 소설이나 이번에 개봉한 '계몽영화' 같은 구조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이런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라는 주제를 어필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역으로 여주인공 '아리에티'와 남주인공 '쇼우'의 종족을 뛰어넘은 우정과 사랑을 좀 더 강하게 어필하면서 아기자기하고 동화같다 라는 구조를 만든 다음에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서로간의 벽을 점점 극복해나간다 라는 형식을 취했다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이번에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쇼우'의 멸망드립으로 보신 분은 알겠지만 쇼우가 아리에티에게 "너희는 멸망해가는 종족이야." 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뜬금없기도 하고 열 몇살밖에 안된 애가 할 소리도 아닌 듯 한데, 오히려 이런 대사를 끼워넣는 것보다야 이들의 우정을 조금 더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간 호기심의 화신이며 어떻게 보면 약간의 악역으로도 나오는 '가정부'(죄송합니다 가정부의 이름은 생각이 나질 않아서;;;;)는 행위의 개연성조차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호기심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었어야 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행위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런 설명없이 아리에티 가족을 위협한다. 그 행위의 정당성은 '인간의 호기심' 에서 찾고 있지만 조금 더 명확하게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갑작스런 멸망 드립으로 나를 놀래킨 쇼우 군. 도대체 몇살임! 애늙은이 같으니라고!)


 이번 지브리의 작품은 안타까웠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이 어설퍼서 그런지 다 보고 나서 특별히 머릿속에 남는 BGM이나 영상이 없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그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이 '멸망 드립'이고 그게 더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확실히 보면서 BGM과 영상은 아름답고 좋기 때문에 이것만을 위해 본다면 나름 괜찮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필자는 워낙 다이나믹한걸 좋아하기에(사실 생각없이 치고박고 하는게 아직도 너무 재밌다)소소하고 일상적인 것을 그린 거라면 조금 안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이런 잔잔한 여운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봐도 무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빠도리의 잡생각 http://stonesoldier.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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